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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교사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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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학년인데? -

지연이 친구 미자에게 물었다.

- 일 년 휴학하고 군대 갔다 왔는데 봄에 4학년으로 복학해,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어 -
- 뭔데? -
- 그 학생 집안이 어려워서 입주 가정교사를 해야 해 -
- 입주 가정교사? 지금은 어디서 사는데? -
- 기숙사 생활을 했는데, 이번에는 거기서 나와야 하나 봐, 방을 얻을 돈은 없고, 안되면 고시원이라도 들어가야 하는데, 거기서 과외를 할 수는 없잖아, 그리고 입주를 해도 매일 학교에 나가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
- 그렇게 어려워? -
- 응,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시골에 어머니가 혼자 계시는데 남의 농사 도와주고 근근이 사나 봐 -
- 그런데 어떻게 대학을 갔어? -
- 처음에는 장학금을 받고 들어갔는데, 자기 용돈하고 엄마 생활비는 과외를 하면서 벌다보니 전액 장학금은 놓친 것 같아 -

친구의 말에 지연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딸과 둘만이 사는 집에 남자 가정교사를 들인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아이의 성적은 확실히 올린다는 말에 자꾸만 마음이 끌렸다.

- 정말, 그렇게 잘 가르쳐? -
- 응, 참, 내가 깜빡했는데 아까 말한 과외비 있잖아 -
- 음 -
- 만약 아이가 성적이 약속한 수준으로 올라오지 않으면 반 만 주면 돼 -
- 그게 정말이야? -
- 응, 그만큼 확실하다니까, 우리 주희 봐, 바닥에서 놀던 애가 지금은 반에서 2,3등을 다퉈, 같이 과외 했던 주희 친구도 십 등 안에 들고... -
- 그래... -

친구의 말에 지연은 다시 망설이는 표정을 지었다.

- 잘 생각해, 그 선생 원하는 사람들 많아, 이번 주 안에 말이 없으면 다른 사람한테 소개해야 해 -
- 알았어, 오늘 미진이하고 의논해보고 저녁에 전화 줄게 -
- 그러던가, 그건 그렇고, 정현아 -
- 응 -
- 너, 남자 소개 안 받을래 -
- 됐다고 했지 -

친구의 말에 지연이 무거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 순간 잊고 싶었던 기억 하나가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자 지연의 표정이 더욱 굳어졌다.

- 너, 언제까지 이렇게 살래? 네가 돈이 없니, 미모가 없니, 그리고 그 나이면 한창때잖아, 이제 성민씨는 잊고 살아도 되잖아. 미주도 다 컸고.... -
- 됐어, 그런 이야기 하려면 그만 가 봐.... -
- 정현아 -

자신을 안타깝게 부르는 친구의 말에 지연이 다시 무거운 표정을 지었고 그런 지연을 바라보던 미자가 입을 닫았다.




- ........ -

친구가 돌아가고 거실 창에 서서 창밖을 바라보던 지연이 덤덤하게 한 사람을 떠올렸다. 자신 말고는 지금 대화를 나누는 절친한 친구 미자도 모르는 한 남자가 있었다. 남편이 허무하게 세상을 떠난 후 오로지 딸만을 바라보고 살던 자신의 인생에 어느 날 다가온 한 남자, 정 태수, 사랑이라고 믿었다. 아니 확신했다. 그랬기에 남편 이외에 어느 누구도 보지 못했던 자신의 속살을 드러냈고 여자로써 그 남자를 받아 들였다. 하지만 그 꿈은 너무도 짧았다. 한 여자로 그 남자를 받아들이고 며칠이 지나지도 않아 자신 앞에 나타난 한 여자를 통해 그가 유부남이라는 것과 자신에게 빌려간 삼 천 만원이란 돈도 그 남자의 아내가 아닌 다른 여자의 선물비용으로 쓰여 졌다는 것을 아는 순간 자신은 벌을 받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돌아가신 시부모와 자신의 남편이 내린 벌이라고 말이다.

- ........ -

열여덟 아무것도 모르는 나이에 만났던 남편, 어렸지만 설레는 가슴을 달래지 못했고 일단의 호기심으로 섹스를 가졌다. 그러다 생각지 못하게 딸 미진을 임신을 하며 자신들에게 닥쳐올 책망과 꾸지람 그리고 비난의 목소리가 두려웠기에 남편과 가출을 감행했지만 불과 며칠 만에 돌아온 자신을 반겨준 건 자신의 부모가 아닌 남편의 부모인 시부모들이었다. 전쟁 이후 홀로 남하한 시아버지는 고아인 시어머니를 만나 열심히 살았고 그 사이에 태어난 외아들이자 유일한 혈육인 남편은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재였다. 그랬기에 남편의 아이를 임신한 자신을 시부모는 위로하고, 달래며, 함께 살자고 제안을 했고, 그런 자신을 집에서는 내놓은 딸이라며 얼굴도 보지 않으려 했다. 이해하려 했다. 믿었던 어린 딸이 임신을 했다는 말에 부모도 낙심이 컸을 게 분명했기 때문에 말이다. 그랬기에 기다렸고, 시부모가 자신의 부모를 만나러 가서 아들 교육 못시켜서 남의 딸 인생을 망쳤다는 폭언을 듣고 와서도 미소를 지어주는 시부모에게 미안하고 또, 미안했다. 하지만 그래도 기다렸다, 세월이 지나면 모든 걸 용서하고 자신을 받아 줄 거라고 말이다. 그렇게 삼 년의 시간이 흐른 어느 비오는 날 남편과 시부모가 다시 자신의 집을 찾아갔지만 집에도 들어가 보지 못하고 돌아오던 순간 빗길에 미끄러져 교통사고로 허무하게 세상을 뜨는 순간 자신은 부모를 버리기로 했다. 남편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삼 년이란 시간동안 자신의 친정집을 찾았던 시부모를 문 앞에서 내쫓은 자신의 부모를 이해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처음에는 가시지 말라고 애원도 했고, 화도 내봤지만 이게 다 당신들이 자식을 잘못 키운 죄라며 미소를 짓던 시부모의 얼굴이 가슴을 너무 아프게 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 ........ -

허나 지연은 그 보다도 남편과 시부모의 보험금, 그리고 시부모의 유산이 상속되고 난 후 얼마 되지 않아 자신의 집을 찾아왔던 어머니와 오빠의 얼굴을 잊을 수가 없었다. 오빠가 작은 사업을 시작했는데 돈이 필요하다며 돈을 내놓으라고 말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지연은 이제 더 이상의 기대를 가지지 않기로 했고 다시는 찾아오지 말라는 말을 끝으로 지금까지 왕래를 하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씁쓸했던 자신의 기억을 더듬던 지연이 거실 창에서 몸을 돌려 자신의 방으로 향하고 있었다.








- 누구세요? -

초인종이 울리자 삼십대 중반의 차분하게 보이는 여자 한 명이 황급히 현관으로 다가섰다.

- 접니다 -

젊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리자 여자가 문을 열어주었고 잠시 후 젊은 남자가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 왔어요? -
- 네 -

여자의 말에 남자가 조금은 어색한 표정으로 인사를 했다.

- 지우 성적표 나왔어요 -
- ...... -
- 이번에도 삼 등을 유지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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